비상장 주식에 관심 생긴 계기
나는 원래 주식 쪽은 거의 상장기업만 봤어요. 네이버 증권에서 삼성전자, LG에너지솔루션, 카카오 이런 종목들만 쭉 보면서 틈틈이 매매하는 정도였죠. 그런데 어느 날 친구가 이런 말을 하더라고요.
“요즘 비상장기업 투자도 괜찮다던데? 상장 전 투자해서 따블로 먹는 사람들 꽤 있더라.”
그 말에 솔깃해서 이것저것 알아보기 시작했어요. 그리고 진짜 우연히 눈에 들어온 기업 하나가 있었어요. 내 기준엔 참신했고, 업종도 요즘 핫한 물류 플랫폼이었거든요. 그래서 투자해볼까 싶었는데, 문제는 ‘정보가 너무 없다’는 거였어요.
이름은 분명히 있고, 기사도 몇 개 있는데 매출은 얼마인지, 흑자인지 적자인지, 투자받은 기록이 있는지 도통 감이 안 오는 거예요. 솔직히 좀 답답했죠. 상장기업이야 모든 게 투명하게 공개되어 있는데, 비상장은 숨바꼭질 같더라고요.
문제는 ‘숫자가 안 보인다’는 거였어요
솔직히 처음엔 그냥 “이 회사 괜찮아 보여”라는 감으로 접근했어요. 브랜드 이미지 좋고, 앱도 깔끔하고, 사용자 수도 많아 보이고. 근데 그게 다가 아니라는 걸 곧 깨달았죠.
투자하려면 최소한 매출은 얼마나 나오는지, 적자 기업인지 아닌지, 재무상태는 괜찮은지 이런 건 기본적으로 알고 들어가야 하잖아요. 근데 검색을 해도 매출액 하나 제대로 안 나오고, 기업 홈페이지에 들어가 봐도 ‘우리는 혁신을 지향합니다’ 같은 말만 한가득. 정작 궁금한 수치는 하나도 없더라고요.
그때부터 생각했어요. “진짜 비상장기업 재무제표나 매출 정보는 어디서 봐야 하는 걸까?”
나처럼 초보가 쓸 수 있었던 조회 방법들
하나씩 시도해봤어요. 솔직히 처음엔 진짜 복잡하고 어렵게 느껴졌는데, 반복하다 보니까 어느 정도 루틴이 생기더라고요.
중소기업현황정보시스템(SMINFO)에서 매출 확인
제일 먼저 찾은 건 중소벤처기업부에서 운영하는 사이트였어요. ‘https://sminfo.mss.go.kr’ 여긴 진짜 신세계였어요. 비상장기업 이름만 넣으면 매출액, 자본총계, 영업이익 같은 기초 재무 정보가 쭉 나와요. 완벽하진 않지만, 진짜 기본 골격은 볼 수 있어요.
내가 처음 확인한 기업은 2022년 기준 매출이 약 80억 정도였는데, 그해 영업손실이 -2억이더라고요. 그걸 보고 ‘아 이 회사 아직은 안정성보단 성장에 집중하고 있구나’ 하고 판단하게 됐어요. 덕분에 막연한 감이 아니라 숫자를 가지고 이야기할 수 있어서 훨씬 낫더라고요.
크레탑에서 기업가치 추정
‘https://cretop.com’도 나중에 알게 됐는데, 여긴 스타트업, 중소기업 중심으로 투자 이력, 시리즈 단계, 기업가치 추정액 같은 정보가 나와요. 완전 공식 수치는 아니지만, 투자자 명단이라든가 최근에 투자 받은 금액 등은 꽤 정확해요.
내가 봤던 기업은 시리즈B 투자까지 받은 상태였고, 누적 투자금이 약 150억 수준이었어요. 그러면 대충 현재 기업가치가 수백억 단위라는 걸 짐작할 수 있으니, 투자할 때 신뢰도는 확실히 올라가더라고요.
DART에서 재무제표 찾기
솔직히 DART는 상장사만 쓰는 줄 알았어요. 근데 나중에 알고 보니 공시의무 있는 비상장기업도 여기다가 재무제표를 올리는 경우가 있더라고요. ‘https://dart.fss.or.kr’ 들어가서 기업명 검색해보면 감사보고서나 반기보고서가 뜨는 경우가 있어요.
진짜 감사보고서까지 있는 회사는 그 자체로 신뢰도 올라가죠. 심지어 어떤 기업은 연결재무제표로 자회사 정보까지 같이 보여줘서 분석하는 데 도움이 많이 됐어요.
이렇게 하니까 진짜 투자 판단이 쉬워지더라고요
이 세 가지 툴을 조합해서 기업 정보를 확인하니까, 진짜로 ‘괜찮은 회사’와 ‘불안한 회사’가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어요.
예를 들면, 브랜드는 유명한데 3년째 영업적자인 회사. 투자자는 많은데 부채비율이 800% 넘는 회사. 이런 데는 투자해도 수익 날 가능성이 적겠죠. 반면에 이름은 잘 안 알려졌지만 매년 이익 내고, 투자도 차근차근 받고 있는 회사. 이런 데는 기다릴 만하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.
처음엔 이 과정이 너무 복잡하게 느껴졌는데, 지금은 오히려 이 ‘숫자 보는 시간’이 제일 재밌어요. 주관적 감정보다 데이터로 판단하는 게 결국 가장 안전하다는 걸 느꼈거든요.
직접 투자해본 기업 두 곳의 결과
결국 이 과정을 거쳐서 두 개 기업에 소액으로 투자해봤어요. 둘 다 유망하다고 생각했던 물류/헬스케어 스타트업인데, 현재까지는 둘 다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어요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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한 곳은 매출이 작년 대비 40% 가까이 증가했고,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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다른 곳은 신규 투자 유치에 성공해서 시리즈B 진입했다고 발표됐어요.
물론 아직 상장도 안 됐고, 수익 실현은 더 기다려야 하지만, 확실한 건 처음처럼 불안하거나 막연하지 않다는 거예요. 내가 숫자 보고 판단한 기업이라는 믿음이 있으니까 버틸 수 있더라고요.
느낀 점, 결국 숫자는 속이지 않더라
지금 돌이켜보면, 예전에는 ‘감’으로만 투자하려고 했던 것 같아요. “이 회사 요즘 핫하더라”, “앱 리뷰 좋더라” 같은 얄팍한 정보에 기대서 판단했던 거죠. 근데 비상장 쪽은 그런 감이 통하지 않아요. 투명하지 않기 때문에 더 철저히 보고 분석해야 돼요.
재무제표, 매출, 부채비율, 투자단계 이런 걸 하나씩 확인해가면서 느낀 건 딱 하나예요. 기업은 숫자로 말하고, 투자자는 그걸 해석해야 한다는 거요.
독자분들께 드리는 작은 팁
비상장 기업 투자에 관심 있다면 무조건 ‘좋아 보인다’는 말에 현혹되지 말고, 직접 수치부터 확인하세요. SMINFO, 크레탑, DART 조합이면 초보도 충분히 분석할 수 있어요.
한 줄 요약
비상장 투자, 숫자를 먼저 보고 나서야 ‘좋아 보인다’는 말이 의미를 가지더라.